등록일: 2008년 11월 06일
“진선인을 연주합니다”
마칭밴드(Marching Band) 천국악단
긴 행진에도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천국악단 단원들ⓒ 김국환
[대기원]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오래된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들이 입은 한복은 낯익었지만 색과 느낌은 모두 새로웠다. 대열을 맞춰 움직이던 그들은 이제 갓 솜털을 벗은 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무거운 악기를 들고 몇 시간에 걸쳐 행진을 하느라 지칠 법도 한데 누구도 흐트러지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은 바로 파룬궁 수련생으로 이뤄진 천국악단이었다.
지난 2일,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앞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사진 속 대열은 파룬궁 수련생이 연공시범을 보이는 모습이다.ⓒ 정인권
11월 첫 주말 오전, 올림픽 공원 입구는 유난히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하늘엔 ‘파룬따파(法輪大法)는 좋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에 나풀거렸다. 현수막 아래엔 현수막과 같은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 수백 명이 모여 ‘연공’(煉功-공을 연마하는 파룬궁 수련법으로 5장 공법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중국의 아침 풍경이 문득 떠올랐다. 수백 수천 명이 넓은 광장에 줄을 맞춰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던 장면이었다. 내 기억 속 그 장면 역시 파룬궁 수련자들이 하던 ‘연공’이었다는 걸 금새 알게 됐다.
한국 천국악단 책임자 전영우 씨.ⓒ 김국환
연공 시범을 보이는 사람들 옆에선 색다른 한복을 입은 밴드가 행진을 준비하고 있었다. 밴드 주변에서 바쁘게 무엇인가를 살피던 사람에게 무슨 밴드냐고 물으니 그는 ‘천국악단’이라고 대답했다. 그가 바로 이 악단 책임자 전영우 씨였다. 행진을 앞두고 바쁜 그에게 잠시 짬을 내 궁금한 걸 물었다.
행진 중인 천국악단. 2일 행진엔 특별히 한국을 찾은 대만, 홍콩 등 외국에서 온 천국악단 단원 90여 명이 함께했다.ⓒ 김국환
“마음으로 연주해요”
악단의 단원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제일 궁금한 건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어떻게 한 밴드로 활동할 수 있을까였다. 전영우 씨는 “단원은 모두 파룬궁 수련생입니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천국악단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대만,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세계 곳곳에 있단다. 파룬궁 수련생이 많은 대만은 천국악단 단원만 500여 명에 달하기도 한다고. 한국에서는 2006년에 결성돼 지금까지 70여 회가 넘는 퍼레이드에 참여했고 작년엔 여의도 국회광장에서 열린 동심한마당축제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각 나라에 있는 천국악단의 음악과 의상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행사가 있으면 서로 오가며 같이 연주도 합니다. 오늘도 아시아주 파룬궁 수련생 심득교류회를 찾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대만, 홍콩에서 온 천국악단 단원 90여 명이 같이 합류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천국에 국경이 없듯, 천국악단에도 국경이 없는듯 보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아마추어로 이루어졌지만 수준 높은 마칭밴드는 아마 없을 거예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백여 명의 단원이 일주일에 한 번씩 빠짐없이 모여서 연습하고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또 연습을 합니다”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단원은 대부분 아마추어지만 책임을 맡은 전영우 씨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다룬 전문가이다. 중고등학교 밴드부를 거쳐 대학에서는 오보에를 전공한 후 한때 수원교향악단과 MBC관현악단에 몸담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 전공자도 아닌 사람들이 이렇게 밴드를 만들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중국에서 착하게 사는 많은 파룬궁 수련생이 아직도 장기적출이나 감금 등 여러 가지 박해를 받고 있어요. 우리는 음악을 통해 파룬궁 박해 사실과 진선인이 좋다는 것을 알리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수련하는 사람이라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면 마찰이 있지 않을까. 간혹 좋은 자리나 좋아하는 악기를 고집하는 단원이 없는가 묻자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우리는 모두 파룬궁 수련자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사람이기에 가끔 마찰은 있습니다. 일반인과 다른 점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모두 안으로 보고 자신의 부족한 점과 집착을 닦는다는 것입니다. 단원들은 마칭밴드를 이용해 이 속에서 수련하고 있는 거죠.” 서로 탓하기보다 자신을 보며 마음을 닦는 사람들만 모인 곳이라면 그곳이 천국이 아닐까도 싶었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밴드라면 천국악단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도 없을 것 같다.
천국악단 단원 김영주 씨
단원들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한국 천국악단에서 트럼펫을 부는 김영주(53) 씨를 만났다. 그는 대기업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며 가정에 소홀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40대 후반, 그는 어느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기공으로 박사1호가 나왔다는 뉴스를 듣고 기공에 대한 관심이 생겼단다. 2004년 인터넷 검색으로 파룬궁을 알게 됐고 2006년 천국악단이 생기자 단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트럼펫 소리도 안 나오고 입술이 터지기도 했어요. 초기엔 하루에 네다섯 시간씩 두세 달을 연습하니 실력이 늘더라고요. 그렇게 얼마뒤 첫 퍼레이드를 나갔는데 비를 맞으면서도 퍼레이드를 마친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는 천국악단에 들어온 후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밴드에는 열 개가 넘는 악기가 있어요. 그 악기를 맡은 사람끼리 박자와 음이 맞아야 하고 그렇게 전체 악단도 다 맞아야 해요. 행진을 하니 줄도 맞춰야 하고 걸음걸이와 악기를 드는 자세도 다 맞춰야 합니다. 실력이 좋은 사람이 자기 혼자 튀어도 안되고 누군가 혼자 빨리 걸어도 안되죠. 그런 부분에서 마음을 많이 닦고 있어요.” 그는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반겨줄 때 어떤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파룬궁을 수련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는 대만 천국악단 책임자 훙야오원 씨.ⓒ 김국환
대만 천국악단 책임자 훙야오원(洪堯紋)
상당히 젊게 보이던 그녀가 대만 천국악단을 이끄는 책임자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녀는 이번에 40여 명의 단원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계속 단원들을 챙기며 대열 맨 앞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다 가끔 한 자리에 서서 퍼레이드를 보던 그녀는 종종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 대만 천국악단의 분위기는 어떤지 물었다. “대만 천국악단은 성립된 지 2년이 되며 현재 500명의 단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음악을 이용해 파룬따파(法輪大法)의 진선인(眞善忍)을 널리 알리고 있어요.”
그녀는 전 세계 천국악단이 얼마 전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었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천국악단 옷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 같다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대열의 맨 앞에 있는 북팀은 송나라 시기 무장(武將)들의 옷을 입었습니다. 북은 악대의 영혼으로 사기를 북돋워주며 뒤에 있는 악단을 이끄는 역할을 해요. 나머지 관악기는 전부 당나라 시기 음악방면의 문관(文官)복입니다.”
대만에서도 한국처럼 대부분의 단원이 아마추어인지 물었다. 그녀는 “단원 중 90%는 음악적 기초도, 특별한 소질도 없이 그냥 배웠어요. 단지 음악으로 파룬따파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하겠다는 열정만으로 시작한 거죠. 파룬궁은 아주 좋은 공법이기에 수련을 시작하면 신체와 정신상태가 모두 신기한 변화를 겪어요. 그래서 일반인이 몇 년을 들여 할 수 있는 일을 우리 단원들은 오직 3개월이라는 시간 만에 해 낼 수 있었던거죠”라고 말했다.
무역계통에 종사하는 그녀는 2001년부터 파룬궁을 수련하기 시작했단다. 젊은 여성이 수련하면서 얻는 건 무엇인지 궁금했다. “파룬궁은 진 (眞), 선(善),인(忍) 을 수련하기에 무엇이든지 안으로 찾으면서 자기의 집착심을 버립니다. 그래서 이전에 좋지 않았던 성격을 많이 고치게 되었어요. 지금은 전처럼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과 다투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저 하루하루 마음이 아주 밝고 몸도 가볍습니다.”
절도있는 동작으로 160여 명 단원의 선율을 하나로 묶은 지휘장 중위치 씨.
대만 천국악단 지휘장 중위치(钟玉麒)
그는 160여 명 천국악단, 그것도 여러 나라에서 모인 단원의 선율을 하나로 묶었다. 행진을 하면서 연주하는 마칭밴드는 자칫 음악이 흐트러지기 쉽단다. 그래서 맨 뒷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콘탁이라는 긴 막대기를 이용해 큰 동작으로 음악을 지휘한다고. 단원이 500여 명인 대만에서는 콘탁을 맡는 사람도 여러 명이다. 그는 그 중에서도 대열 맨 앞에 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행진하다 가끔 뒤로 돌아서서 여러 가지 동작을 취했다. “돌아서서 미소를 띠거나 엄지손가락을 들고 하는 것은 단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거예요. 가끔은 그렇게 숨을 고르면서 음악을 맞출 때도 있고요.” 이제 콘탁을 맡은 지 2년 남짓되는 24살 젊은 청년에게서 몇 십 년 지휘를 맡은 대가의 원숙미가 느껴졌다. 그 역시 파룬궁을 수련하고 있었다.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됐을까. “대만에서는 약 50만 명의 파룬궁 수련생이 있어요. 정부에서도 아주 지지하고요. 저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는데 교수님께 파룬궁을 소개받았어요. 수련한지 4년 정도 됐는데 몸이 많이 건강해졌어요.” 그는 악단을 시작하고 콘탁을 맡고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이끌고 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선인의 아름다움을 세계 곳곳에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단원이 모두 아마추어지만 표현하는 것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젊은 지휘장의 자부심은 그가 입은 옷만큼이나 푸르렀다.
일본 천국악단 책임자 루민 씨.ⓒ 김국환
일본 천국악단 책임자 루민(廬敏)
루민 씨는 생긴지 1년 남짓 되는 일본 천국악단의 책임자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그는 35명이 단원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일본에 있는 천국악단 단원은 어떤 사람들이냐는 질문에 그는 “회사원에서, 컴퓨터 전문가, 교사, 대학생까지 단원의 직업은 아주 다양합니다. 모두 수련인으로서 순정한 마음으로 악단에 임하기에 음악 이론에 대한 이해와 기술 습득이 아주 빠릅니다”라고 대답했다.
일본에서 회사에 다니는 그는 1996년 친구의 소개로 파룬궁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전법륜’을 읽었을 때, 단번에 ‘아 이것은 좋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며 동시에 사람의 신체를 건강하게 해주는 훌륭한 공법이구나’하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수련을 하는 동안 수년간 시달리던 불면증이 없어졌죠. 게다가 마음이 넓어져 다른 사람과도 다투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천국악단의 의상이 참 예쁘다고 하자 그는 “중국의 전통문화는 신전문화입니다. 파룬궁 역시 중화의 오랜 문화에 뿌리를 내린 공법이고요. 한복을 입고 곡을 연주하니 사람들에게 신전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하지만 저 역시 파룬따파의 아름다움을 다시 체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http://www.epochtimes.co.kr/news/article.html?no=12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