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후이왕](전편에 이어)
용이나 호랑이에게까지 덕을 베풀다
손사막은 무수한 환자를 완치시켰을 뿐 아니라 수련에도 뛰어났고 의학자로서 높은 덕을 갖추었다. 그는 또 덕을 베풀어 수많은 동물을 치료하며 신기한 전설을 남겼다.
뇌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밤, 손사막이 고산 절벽 아래 지은 초가집의 나무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그가 문을 열자 문 앞에 흰옷을 입은 처사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당시 하늘에서는 천둥·번개와 폭우가 쏟아졌는데, 기이하게도 처사의 흰옷은 조금도 젖지 않았다! 손사막이 그에게 물었다. “진찰을 받아야 하는지요?” 처사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했다.
손사막이 그를 안으로 들여앉히고 진맥한 후에 말했다. “당신은 인간이 아니지요?” 처사는 깜짝 놀라더니 곧 진정하며 말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손사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올 때 천둥·번개와 폭풍우가 내리쳤는데, 마음을 가라앉히니 모두 잠잠해졌습니다. 당신의 옷은 폭우 속에서 조금도 젖지 않았고, 당신의 맥에서는 특이한 속성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추측건대 당신은 틀림없이 용궁의 용이겠지요?” 백의의 처사는 연달아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과연 높은 명성에 걸맞게 천상에서 지하까지 모르시는 것이 없군요. 정말 명성대로이십니다!” 이어서 그는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했다. “며칠 전에 제가 잠시 배가 고파 음식을 급하게 먹었는데, 무엇이 제 식도를 막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목숨이 겨우 붙어있었고, 멀건 국만 조금씩 마시며 생명을 유지했습니다.”
손사막은 그 말을 듣고 동자에게 탕약 한 사발을 가져오게 해 그에게 재빨리 마시게 했다. 그리고 중간에 쉬지 말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병을 고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처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단숨에 탕약 한 사발을 입에 부어 넣었다. 그는 뱃속이 뒤집히고 후두를 억제할 수 없게 되자 즉시 고개를 숙이고 “왝!”하는 소리와 함께 그 사발에다 멈추지 않고 토했다. 처사는 놀랍게도 토사물 속에 긴 뱀이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진심으로 탄복하며 말했다. “진인(眞人)의 영단 묘약은 닿기만 하면 확실히 병이 낫는군요!” 손사막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무슨 영단 묘약이라니요. 찧은 마늘에 식초를 섞은 것에 불과합니다. 신맛과 매운맛이 겹쳐서 그 뱀이 자연히 계속 붙어있을 수 없었던 겁니다.” 손사막은 한 마디씩 이어서 말했다. “병의 근원은 제거했지만, 원기가 회복되지 않았는데, 제가 다시 침을 놓아 드리면 편안하실 겁니다.” 처사는 연거푸 좋다고 말했다.
손사막은 그의 등으로 가서 심장 쪽의 위치를 조준해 길이가 한 척을 넘는 금침을 갑자기 찔러넣었다. 처사는 한 마디 커다란 소리를 내뱉고는 원래 모습인 은빛 비늘을 가진 거대한 용으로 변했다. 용은 녹초가 되어 바닥에 엉킨 채 움직이지 못했고 커다란 두 눈은 손사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사막이 말했다. “제가 금침을 찔러넣으니 당신이 몸을 날려 실내 석벽에 맹렬히 부딪혔습니다. 만약 이 돌산의 석벽을 뚫고 구름 속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면 당신의 원기도 진정하게 회복될 겁니다.” 손사막은 손을 뻗어 용의 몸에 박힌 금침을 뽑으며 외쳤다. “빨리 바위를 뚫으시오!” 백룡이 몸을 흔들며 바위를 뚫고 들어가자 아주 빨리 그 석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석벽에는 이때부터 넓고 깊은 거대한 동굴이 생겼다.
곧 공중에서 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인께서는 다른 유(類)의 생명에게 덕을 베풀어 신선의 귀감이 되셨습니다. 제가 곧 용궁으로 돌아가면 수해와 가뭄을 막아 인간 세상을 행복하게 하겠습니다!” 손사막이 문을 열고 나오니 공중에는 번개 한 가닥만 보였고 백룡은 구름 위에서 흔들거리다 아득한 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손사막이 한번은 하산해 환자를 치료하고 돌아오는데 갑자기 관목 숲에서 눈꼬리가 올라가고 이마가 흰 호랑이 한 마리가 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비록 수도하는 사람으로서 이미 바깥세상에 초연하고, 생사를 아주 담담하게 보았지만, 호랑이가 나타나자 손사막도 매우 놀랐다.
그런데 호랑이는 마치 손사막이 자신을 오해한 것을 안 것처럼 사람이 절하는 모습을 흉내 내듯 손사막과 3척 거리에서 앞발 발톱을 오므리고 땅에 엎드렸다. 손사막은 기이한 느낌이 들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이 산의 대왕이 병을 고쳐달라는 건 아니겠지?’ 손사막은 물었다. “네가 설마 몸에 무슨 병이 있어 나한테 고쳐달라는 것이냐?” 그러자 호랑이는 머리를 땅에 세 번 조아렸다.
그러나 손사막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용왕은 신령하지만, 짐승의 왕은 잔인한 부류다. 호랑이가 굶주리면 사람을 잡아먹어 사람마다 호랑이를 잡아 죽이기를 바라는데 내가 어찌 치료해 악행을 도울 수 있겠는가?’ 그래서 호랑이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평생 고쳐주지 않는 세 부류가 있는데, 불량배와 요사스러운 것과 사람을 해치는 것을 고치지 않는다. 너는 산중의 흉악한 짐승인데 내가 너의 병을 치료한다면 네가 사람을 해치고 잡아먹는 것을 돕는 것과 같지 않으냐?” 말을 마치고는 고개를 들어 가슴을 펴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호랑이는 손사막을 바짝 따라붙으며 입으로 그의 옷자락을 가볍게 물며 ‘어흥’ 소리를 냈고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손사막은 수도하는 사람이라 무한한 자비심이 있었다. 호랑이의 처지를 보고 눈물이 흘러내렸으며 곧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널 치료해주겠지만 앞으로 절대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는 보증을 해야 한다!” 호랑이는 즉시 옷자락을 놓고 양처럼 순하게 땅에 엎드려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손사막이 다시 말했다. “인간 역시 신뢰가 없는 자가 많기에 너는 날마다 내 앞에 와서 입을 열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그래서 손사막은 그 호랑이의 병을 고쳐주었다.
그 호랑이도 정말 신의(信義)를 중히 여겨 날마다 손사막의 신변에서 그를 호위했다. 손사막이 산에 들어가 약을 채취하면 호랑이는 약 바구니를 짊어지고, 약 호미를 입에 물고 다니기를 좋아했다. 손사막이 진료를 하러 나갈 때면 즐겁게 그를 태워주고 약상자를 물고 다녔다. 정말 손사막의 충실한 호위 겸 심부름꾼이 됐다. 고대 의사는 몸에 약상자를 짊어지고 손에 고리 모양 방울을 걸친 채 크고 작은 길을 누비며 끊임없이 ‘딸랑딸랑’ 소리를 냈다. 이 ‘고리 방울’이 바로 손사막이 호랑이의 병을 고치면서 호랑이 입속에 팔뚝을 넣을 때 벌린 입을 지탱하기 위해 사용한 기구라는 설이 있다.
원문발표: 2019년 7월 15일
문장분류: 천인사이>문사만담
원문위치: http://big5.minghui.org/mh/articles/2019/7/15/3899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