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후이왕] 손사막(孫思邈)은 세상의 기풍이 날로 나빠지고, 세속의 사람이 명리를 추구하고 권모술수를 도모하며,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것을 한탄하면서 결국 방종하다 망할 것으로 생각했다. 손사막은 오직 ‘도덕(道德)’을 수양하면서 좋은 결과를 갈망하지 않아야만 저절로 복을 받으며, 장수를 갈망하지 않아야만 저절로 수명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손사막은 수나라에서 당나라 초기의 산시(陝西) 서요(西耀)사람(581년~682년)으로 102세까지 살았고, 중난산(終南山)에서 은거했다. 그는 70살에 공부를 시작해 날마다 천여 자를 통독할 수 있었고, 노장사상과 제자백가의 학설을 담론하기를 좋아했고, 불경 읽기를 좋아했다. 당시 뤄양(洛陽) 총관(總管) 독고신(獨孤信)은 그를 보고 감탄하며 말했다. “이 아이는 신동인데, 그릇은 크나 식견이 적어 등용되기가 무척 어려울 뿐이다.” 후주의 선제시기에 손사막은 왕실의 잦은 변고를 이유로 산속에 은거했다. 수나라 문제가 정권을 잡았을 때 그를 국자박사(國子博士)로 임명했지만, 그는 병을 이유로 사양했다. 그리고 주변의 친한 사람들에게 말했다. “앞으로 50년 후에 한 성인이 나타날 것인데 그때 내가 그를 도와 세상을 구제할 것이오.”
50년 후, 황제로 즉위한 당 태종 이세민이 그를 경성으로 불렀다. 그의 젊은 용모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 “그대를 보니 도를 얻은 사람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함을 알겠소. 앙모, 광성 등의 신선은 확실히 거짓이 아니었구려.” 당 태종이 재삼 그에게 작위를 하사했으나 그는 완강히 거절하며 받지 않았다. 당나라 현경 4년, 고종이 그를 불러 간의대부(諫議大夫)로 임명하려 했으나 그는 다시 사양하며 받지 않았다. 상원 원년에 그가 병을 핑계로 환향을 요청하자 고종은 특별히 좋은 말을 하사했고, 파양 공주의 성읍을 주어 살게 했다.
그는 평생 의술을 펼치며 약을 채취했다. 그는 산시(陝西)의 타이바이산(太白山), 중난산(終南山), 산시(山西)의 타이항산(太行山), 허난(河南)의 쑹산(嵩山), 그리고 쓰촨(四川)의 어메이산(峨嵋山) 등 지를 잇달아 방문했다. 그는 단방, 경험방과 약물 사용 지식을 광범위하게 수집했고, 약물학 연구 방면에서 후세인을 위해 <천금요방>과 <천금익방>이라는 거작을 남겼다. 이 두 부의 저서는 중국 고대 의학의 백과사전으로 불리며, 한위(漢魏)에서 송원(宋元)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일본에서는 다이호(天寶), 만지(萬治), 덴메이(天明), 가에이(嘉永), 그리고 간세이(寬政)시대에 여러 차례 <천금요방>을 출판했다. 손사막이 세상을 떠난 후, 사람들은 그가 은거하던 ‘우타이산(五台山)’을 ‘야오왕산(藥王山)’으로 개명하고 산 위에 동상을 세워 그를 기렸다. 매년 음력 2월 3일부터 현지 주민들이 모두 그에게 참배하는데, 참배 기간이 길게는 보름에 이른다.
여덟 근 반의 짚신
손사막은 높은 산에서 사부를 따라 여러 해 동안 의술을 배웠는데, 배움에 있어 온갖 고생을 불사하고 의원으로서의 도덕과 품성을 갖추었으므로 사부로부터 크게 칭찬을 들었다. 그래서 사부의 모든 것을 전수받았다. 하산을 위해 사부에게 이별을 고할 때 사부가 간곡하게 훈계했다. “인간의 모든 일은 정해진 운명이 있는 것이니 일시적인 곤란 때문에 세상을 구하겠다는 의지가 꺾여서는 안 된다. 더구나 네가 덕을 저버리고 사람을 해치거나 사부를 욕되게 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초심을 잃지 않으면 반드시 대성할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사부에게 작별을 고한 손사막은 하산 후 사부의 가르침을 받들어 전심전력으로 사람들의 병을 치료했다. 그러나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가 어디에 가든 치료를 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손을 쓰기만 하면 사람이 죽어버렸다. 사람들은 그를 책망하고 비웃었으며 나중에는 아예 역병을 피하듯이 그를 쫓아냈다. 그는 풍찬노숙의 곤란을 겪었고, 사람들의 냉대 속에 굴욕을 당해야 했다.
어느 날, 그는 결국 견디다 못해 눈물을 머금고 산으로 돌아가 사부에게 고충을 하소연했다. 사부는 그를 꾸짖지 않고, 단지 자상하게 그를 바라보며 간곡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네가 받은 고통을 나는 모두 알지만 이건 단지 하나의 과정이고, 때가 되어 좋은 운이 돌아오면 모든 것이 변할 것이다. 낙담하지 마라. 너의 짚신이 여덟 근 반으로 자라면 곧 좋아질 것이다.”
손사막은 다시 사부에게 예를 올리고 하산했다. 예전과 같은 일을 겪었지만 그는 낙담하거나 용기를 잃지 않았고 고난 속에서 자신을 격려했다. 어느 날 그가 펄로 덮인 연못을 헤치고 나가는 중에 짚신이 거의 모두 찢어졌다. 그는 연못을 빠져나가기가 절대 쉽지 않아 큰 나무 옆에서 풀을 비벼 꼬아 짚신을 묶었다. 수리를 마치고 보니 짚신이 뚱뚱하고도 무거웠지만 그대로 신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장례 행렬이 곡을 하며 다가왔는데 들고 있는 관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손사막이 다가가 핏자국을 자세히 살피는데, 갑자기 아직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을 뒤쫓으며 외쳤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아직 사람을 살릴 수 있소. 아직 사람을 살릴 수 있소….”
사람들은 처음에 미치광이가 헛소리하는 줄 알았다. 그가 관을 내려놓게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출상 중에 관을 내려놓으면 흉하다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법이 없자 그는 그들을 따라가며 말했다. “난산으로 죽은 사람이 맞는지요?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른도 출혈이 멎지 않아 사망했는데 입관하여 출상하는데도 피를 흘립니다. 이 사람은 아직 살릴 수 있으니 빨리 관을 내려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여유가 없을 것이오.”
사람들이 들으니 그의 말이 모두 맞았고 직접 보니 그의 말대로였다. 그래서 관을 내려 뚜껑을 열고 그에게 치료하게 했다. 손사막은 은침 하나를 꺼내어 정확한 혈 자리를 찾아 찔러 넣었다. 오래지 않아 산모가 “아.”하는 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사람들도 거의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토해냈다. 바로 그때 또다시 아기의 낭랑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른과 아이를 모두 구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뛸 듯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후로 은침 한 대로 두 사람을 구한 사실이 사람들 사이에 미담으로 널리 전해졌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신을 모시듯이 손사막을 집으로 초대해 온 식구가 거듭 감사를 표하고 거듭 절을 하면서 어떻게 대접해야 목숨을 살려준 은혜에 보답할지를 몰라 했다.
이튿날, 손사막이 가야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온 가족이 필사적으로 만류했다. 그들이 은전으로 사례를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고 새 신발 한 켤레만 받았다. 산모의 남편이 헌 짚신을 버리려다 못내 아쉬움이 남아 저울을 찾아 무게를 달았는데, 정확히 여덟 근 반이 나왔다.
그때부터 그는 사부의 말을 굳게 믿으면서 늘 세인들을 질병의 고통에서 구제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치료만 하면 정말 병이 나았다. 당연히 ‘짚신 명의’의 기적도 더욱 널리 전해졌다.
(계속)
원문발표: 2019년 7월 13일
문장분류: 천인사이>문사만담
원문위치: http://big5.minghui.org/mh/articles/2019/7/13/3899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