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후이왕] 원나라 천순(天順)연간의 일이다. 소주(蘇州) 오추방(吳趨坊)에 살던 시옹(施翁)이란 인물은 선행을 하고 베풀기를 좋아했으며 재물보다 의리를 소중히 여겼다. 나이 40이 넘어 아들을 낳자 수백 량의 은자를 지니고 호구(虎丘)에 있는 사찰을 찾아가 향을 사르고 예를 올렸다. 이때 문득 검지(劍池) 근방에서 곡소리가 들려왔다. 가보니 뜻밖에도 어릴 때 같이 공부했던 계천(桂遷)이 있었다.
시옹이 다가가 위로 하며 우는 연유를 묻자 계천이 대답했다. “우리 집이 가난해 권력자에게 빚을 졌는데 빚 독촉이 심해 갈 곳이 없다네. 이곳에서 목숨을 끊으려 찾아왔다네.”
시옹이 이 말을 듣고는 가엾게 여겨 상자에서 3백량의 은자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 그러자 계천은 전각에 들어가 신(神)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맹세했다. “시(施)군에게 큰 은혜를 입었으니 금생에 갚지 못한다면 내생에 개나 말이 되서라도 이 은혜를 꼭 갚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울면서 무릎을 꿇고 절한 후 떠나갔다.
시옹이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계천이 또 찾아와 치사했다. 시옹은 그가 여전히 가난하고 고생스러운 것을 보고는 자기 집의 대추나무 동산을 주어 편안히 지내게 했다. 계천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시옹은 그녀와 자기 아들을 혼인시키자고 약조했다.
그런데 얼마 후 계천이 대추나무 밑을 파다가 천여 냥의 은자가 묻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겉면에는 과거 시옹의 부친이 이 돈을 매장해 후인에게 남겨준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계천은 아내 손(孫) 씨의 말에 따라 이 사실을 시옹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이 돈을 차지했다.
이때부터 계천의 집은 점차 부유해지기 시작했고 시옹의 집은 날로 쇠락해졌다. 시옹의 부부가 잇달아 사망하자 아들인 시환(施還)은 의지할 곳이 없어졌다. 계천은 가족들과 상의해 과거의 맹세를 몰래 어기고 혼약을 무효로 하기 위해 온 집안이 회계(會稽)로 이사 갔다. 시환이 그를 찾아가 의탁하고자 했으나 거절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환은 어쩔 수 없이 전에 알고 지내던 이웃을 찾아가 계천이 과거 부친으로부터 300냥의 은자를 도움 받은 일을 언급하게 했다. 하지만 계천은 시치미를 떼며 “내가 돈을 빌렸다면 분명 증거가 있을 터이니 증거를 가져와라. 나는 절대 돈을 떼먹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환이 이 말을 듣고는 몹시 화를 내며 울면서 돌아갔다.
수년이 지난 후 계천이 경성에 가서 일을 처리하다 교활한 무리들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의 반을 날렸다. 여관에 머물기가 무료해진 그는 어떻게 복수를 할까 궁리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득 어느 큰 저택 앞에 도착했다. 문이 닫혀 있었지만 옆에 구멍이 하나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팔을 뻗어 엎드리며 구멍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대청 안에는 등불이 휘황하게 타고 있었다. 한 노인이 책상에 기댄 채 앉아 있었는데 바로 시옹이었다.
계천은 몹시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읍을 하며 예절을 차리고 싶었으나 두 손이 땅바닥에 엎어져 일어설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며 시옹에게 말을 건네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축생이 왜 이리 시끄러우냐!”라고 했다. 계천은 시옹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또 안을 보니 아들인 시환이 나왔다. 계천은 곧 그의 옷을 물고는 아첨하는 자세로 사죄를 청했다. 하지만 시환이 욕을 하더니 “축생이 참 이상하게 생겼네!”하면서 지나갔다.
계천은 자꾸만 축생이란 말을 듣자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떨구고 주방에 들어가니 시옹의 아내가 마침 고기를 삶고 있었다. 계천이 좌우로 깡충깡충 뛰면서 웅크리고는 “부인, 집안사람들이 모두 옛 원한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배가 고프니 자신에게도 고기를 좀 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그녀는 여종을 부르며 “축생이 시끄럽게 울어대니 빨리 몽둥이로 쫓아내거라.”라고 했다.
깜짝 놀란 계천이 후원으로 도망가니 자기 아내와 두 아들이 모두 그곳에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전부 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니 자신 역시 개로 변해 있었다. 그는 몹시 두려워졌다. 그가 아내에게 왜 이곳에 와 있는지 묻자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신 앞에 한 맹세를 기억하세요? 저승에서는 맹세를 가장 중시하는데 다른 것은 말해서 무엇 하겠어요!”
부부와 자식들이 함께 연못 주위를 도는데 배가 너무 고파 미칠 지경이었다. 이때 문득 사람의 분변을 발견하고 냄새를 맡아보니 과히 나쁘지 않았다. 아내와 자식들이 먼저 달려들어 분변을 먹자 그 역시 군침이 돌았다. 혀끝으로 맛을 보니 달착지근한 것이 아주 좋았다. 단지 너무 양이 적어 아쉬울 뿐이었다.
이때 갑자기 하인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께서 이 개들 중 살이 통통한 놈을 하나 잡아 삶으라고 하셨네.” 그러더니 큰 아들을 묶어 잡아갔다. 구슬픈 비명소리가 아주 처량하게 들렸다. 갑자기 정신을 차려 보니 다행히 꿈이었다.
계천은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급히 행장을 수습해 집으로 돌아갔다. 방안으로 들어가는데 관 2개가 길을 막았다. 탁자 위에 놓인 위패에는 두 아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심장이 심하게 떨려왔다. 그가 급히 내실로 들어가자 아내도 이미 병이 심해져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계천이 큰 소리로 아내를 부르자 그녀는 갑자기 눈을 뜨더니 큰아들의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 어쩌다 이제야 오셨습니까, 염라대왕께서 우리 집이 시 씨 집안의 은혜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아버님께서 전에 맹세하신 대로 우리 형제와 어머니를 내일 시 씨 집 개로 환생하게 했습니다. 2마리 수컷이 우리 형제이고 등에 혹이 난 어미개가 바로 어머님입니다. 아버님은 아직 인간세상의 수명이 끝나지 않으셨기 때문에 내년 8월 이후에야 맹세하신 대로 시 씨 집안의 개로 환생하실 겁니다. 다만 누이동생은 시환과 부부가 되었어야 할 운명이라 이 겁난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말을 마치고는 곧 숨이 끊어졌다.
계천이 본 광경은 꿈에서 본 것과 너무나 일치했다. 그는 깜짝 놀라는 한편 또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는 장례를 치르자마자 관을 비롯해 전 집안을 불태워버렸다.
계천은 딸을 데리고 소주로 내려가 시 씨 집을 찾아 은혜를 갚고자 했다. 빈털터리 시환이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생각하며 시 씨 집을 찾아갔으나 오히려 담장이 새롭게 변해 있었다. 이웃에 물어보니 시환이 과거에 급제했으며 또 이미 이웃집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음을 알게 되었다.
계천은 부끄러움과 회한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에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을 찾아가 시환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자신의 딸을 첩으로 삼아 속죄할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시환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거듭 재삼 간청한 후에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계천이 시 씨 집을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담벼락 밑에 있던 3마리 개가 달려들어 그를 둘러싸고는 슬피 울었다. 그 중 한 마리는 과연 등에 혹이 있었다. 계천은 그 개가 자신의 아내임을 알아보고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시환 앞에서 눈물을 울리며 절을 하면서 감히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전에 꾼 꿈과 큰 아들이 죽기 전에 한 말을 들려주며 시환에게 부탁했다.
“지금 집이 이미 파산했으니 은인께서 살 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제 딸을 이 댁의 종으로 삼고 저 역시 노복이 되어 평생 봉사하며 은인께 보답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개로 환생하는 것을 피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시환이 보니 그의 말이 비참하고 간절해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요청을 허락했다. 이에 좋은 날을 잡아 계천의 딸을 첩으로 삼았다. 계천도 딸과 함께 인근에 살면서 매일 참회의 염불을 외며 한마음으로 선을 행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꿈에 아내가 찾아와 작별인사를 했다. “다행히 당신이 죄를 참회해 시 씨 집안 조상들도 이미 당신을 사면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리 모자도 이제 개의 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날이 밝자 3마리 개가 밤사이 모두 죽었다는 말이 들려왔다.
계천은 이에 선악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응보가 있음을 더욱 믿게 되었다. 이때부터 더욱 열심히 도를 닦아 선행을 많이 하자 만년에 이르기까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를 시로 표현하면 “계천은 허물을 참회해 근심이 사라졌고 시옹은 인(仁)을 베풀어 복택(福澤)이 깊도다.”
문장발표 : 2007년 4월 4일
문장분류 : 천인사이>문사만담
문장발표 : http://www.minghui.org/mh/articles/2007/4/4/152058p.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