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밍신(明心)
[밍후이왕] 천백 년간 중화의 자손들은 대대로 남송 시대 악비(岳飛)의 ‘정충보국(精忠報國)’ 사적(事蹟)을 전하며 칭송하고 우러러보았다. 악비가 금나라와 맞서 적을 섬멸하고 여러 차례 출중한 전공을 세우며 중원을 보위한 것은 사람들 귀에 익숙하고 또 상세하다. 희곡부터 평전까지, 소설부터 영화까지 서로 다른 시대에 각양각색의 표현 형식이 있었다.
‘시로 그 뜻을 말하는 것’은 중국의 오래된 전통이다. ‘악무목집(岳武穆集)’, ‘전송사(全宋詞)’에는 악비가 남긴 일부 시문을 수록했다. 이런 시(詩), 사(詞), 상소문, 기록 등 통해 시인이 표현하는 심지와 백성의 마음을 담아내는 초연한 포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전문에 이어)
[소흥(紹興) 8년](1138년)
‘소중산(小重山)’
昨夜寒蛩不住鳴
어젯밤 날 추워 귀뚜라미 울음소리 그치질 않았는데
驚回千里夢 已三更
천 리 밖 꿈에서 놀라 깨어나니 이미 삼경이구나
起來獨自繞階行
일어나 홀로 돌계단 거니는데
人悄悄 簾外月朧明
인적은 없고 창밖엔 희미한 달빛만 비추누나
白首爲功名
공명 세우기 위해 머리가 세었지만
舊山松竹老 阻歸程
옛산 송죽마저 늙어 귀로 막는구나
欲將心事付瑤琴 知音少 弦斷有誰聽
근심 풀어보려 거문고 타지만 지음 적으니 줄이 끊긴들 누가 들어주랴
어젯밤 귀뚜라미는 가을 추위에 그치지 않고 울었다. 천 리 밖 꿈속에서 놀라 깨어나 보니 벌써 한밤중이다. 홀로 돌계단 사이를 천천히 돌아본다. 바깥은 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하고 창밖 달빛은 몽롱하고 희미하다. 머리가 하얗게 세었는데 중원 회복은 언제 완성될까? 고향 산천의 송죽이 사람과 함께 늙어 가지만 적군에게 함락되어 돌아가기 쉽지 않다. 본래 마음속 일을 거문고에게 맡기려 했지만 지음(知音: 음악을 알아주는 이,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이를 비유)이 적으니 줄이 끊어진들 그 누가 들으리오?
소흥 10년(1140)에 조정이 하루 동안 회군을 명하는 금자패(金字牌)를 12번이나 내리자 악비는 군대를 이끌고 남쪽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백성들은 그의 탈것을 막고 통곡하며 말했다. “저희가 향분(香盆, 백성들이 지체 높은 이를 환영할 때 사용하는 향불 그릇)을 머리에 이고 식량을 나르면서 관군을 맞이한 것은 적병들이 다 압니다. 지금 상공(相公)께서 떠나시면 저희는 모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악비는 비통하게 울며 닷새를 머무르며 백성들이 이주하길 기다렸다. 그를 따라 남쪽으로 이주한 백성들이 장터에 모인 사람들처럼 많았다. 악비는 상소를 올려 한수(漢水) 상류 6개 주부(州府)의 한적한 곳으로 그들을 이주시켰다.
악비는 계획적인 모함을 당했지만 진회(秦檜)는 간사하고 아첨하는 무리여서 어떤 간계로도 악비가 생각하고 행하는 광명정대한 도를 왜곡하기는 어려웠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방도로 속일 수는 있을지언정 도리가 아닌 것으로 기망하기는 어렵다.” 하주(何鑄, 진회가 모함한 악비 사건의 초기 주심관)가 악비에게 혹형을 가하려 했으나 악비 등에 ‘정충보국(精忠報國)’이라는 네 글자가 피부 깊숙이 새겨진 것을 보았다. 하주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악비가 무고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세충(韓世忠)이 의분을 이기지 못해 직접 진회를 찾아가 증거가 있느냐고 따지자 진회는 간단하게 “비록 불분명하지만 그 일이 아마 있었을지도 모른다.(雖不明,其事體莫須有)”라고 대답했다. 악비와 악가군을 처리하려는데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죄를 덧씌우려고 한다면 구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천고의 원한을 하늘이 보고 있었다.
역사는 이미 천 년이 지났지만 악비의 ‘충의(忠義)’ 정신은 무수한 중화 백성들을 감화해 그들이 충정을 품고 덕을 우선시하며 시비를 분별하게 했다. 악비가 남긴 귀중한 시구는 후세인이 천고 영웅의 뜻을 깨닫는 ‘길잡이’이고 신전문화(神傳文化)를 여는 ‘열쇠’이자, 초범입성(超凡入聖)의 경지와 반본귀진(返本歸真: 진정한 자신의 본원으로 돌아감)이라는 생명의 진의를 깨닫게 한다.
(끝)
원문발표: 2022년 7월 28일
문장분류: 천인(天人)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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