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혜망 2000년 12월 24일】
게다가 그 순례 행자는 내가 서단계(西端溪)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서단계로 나를 찾아 왔다. 그는 어머니와 여동생, 마을의 정황을 상세하게 나에게 설명하고 또한 어머니의 편지를 내게 전해주었다. 나는 편지를 가지고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열어보았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아들아, 엄마는 건강하니 걱정할 필요 없단다. 내게 너 같은 아들이 있으니 여한이 없구나. 네 아버지 밀레장채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웃음을 머금으며 여한이 없을 것이다. 네가 주술을 건 결과 원수 35명이 압사당해 죽었다. 근래 들리는 말에 의하면 마을 사람들이 자객을 보내 너를 죽인 후 또 나를 죽이려 한다는구나. 그러므로 항상 경계 하거라. 여전히 복수심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나는 쉽게 용서할 수 없구나. 구벽층(九壁層)의 우박 폭풍으로 그들의 농작물을 훼손시킨다면 나는 만족할 것이다. 만약 학비를 다 썼다면 북향의 산에 검은 구름이 짙은 곳에 6개의 별이 반짝이는 곳 아래 우리 친척 7가구가 있다. 그들에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들아 만약 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및 산촌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면 행자의 몸에서 구한다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산촌 가운데 단지 행자 한 사람만 거주하니, 다른 사람에게서 구할 필요가 없단다. 모 백장엄 서명.’
나는 편지를 읽고 난 후 편지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고향과 어머니를 생각했다. 편지에서 말하는 산촌과 친척이 누군지도 몰랐고 필요한 학비 공양을 얻을 수 없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울고 난 후 눈물을 닦고 행자에게 가서 말했다.
‘제 친척이 살고 있는 산촌을 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게 알려 주시겠습니까?’
행자는 말했다. ‘히말라야 산 아래 공득항(貢得抗)에 친척들이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다른 지역도 알고 있습니까? 당신의 고향은 어디입니까?’
행자는 말했다. ‘이곳 말고 다른 산촌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지만 당신 친척이 그곳에 살고 있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나는 위지(衛地)사람입니다!’ 나는 말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나는 편지를 상사(上師)께 보여드리고, 경과를 상세히 설명드렸다. 상사는 말씀하셨다. ‘네 어머니의 원한이 대단히 크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부족해서 우박 폭풍이 필요하다니!’ 이어서 또 물으셨다. ‘네 친척이 북방 어느 곳에 살고 있다고?’ 나는 대답했다. ‘저는 북방에 어떤 친척이 살고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편지에서는 분명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 순례 행자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때, 사모(師母)님인 지혜공행(智慧空行)도 함께 있었다. 편지를 보신 후 말씀하시길 ‘그 행자를 불러오너라!’ 사모님은 큰 불을 지펴 행자를 안으로 들게 하여 불을 쬐게 하고 술을 청하셨다. 사모님은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행자의 뒤쪽에서 그의 외투를 벗겨 자신의 몸에 걸치고는 말씀하셨다.
‘이렇게 낡은 옷을 입고 참배를 한다면, 반드시 행운이 올 거예요.’라고 말씀하시더니, 이리저리 걷다가 이 층 으로 올라가셨다. 사모님은 낡은 옷 가운데 있던 황금을 꺼낸 후 원래대로 수선하고 옷을 행자에게 돌려주면서 식사를 대접하고 그가 유숙하게 하셨다.
사모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문희야! 문희야! 상사께서 계신 곳으로 오너라!’ 나는 사모님과 함께 상사 앞에 갔다. 사모님은 내게 황금 7량을 주셨다. 나는 매우 놀랍고 이상하여 여쭤보았다. ‘이 황금이 어디에서 난 것입니까?’ 사모님이 말씀하셨다.
‘네 어머님은 정말 총명하시구나! 행자의 몸에 이 7량의 황금을 이렇게 잘 숨겨두셨어! 편지에서 말하는 북향의 산촌은 바로 태양이 비추지 않는 지역이니 행자 의상의 안쪽이 바로 태양이 비추지 않는 곳이 아니겠느냐? 검은 구름이란 바로 검은 천으로 꿰맸다는 의미이다. 6개의 별이 빛난다는 것은 흰 실로 6곳을 꿰맸다는 의미이고 아래의 일곱 친척은 바로 7량의 황금이 있다는 의미이다. 만약 찾지 못한다면 이 산촌 안에 다만 행자가 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이것은 바로 황금이 요가 행자의 몸에 있으니 다른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상사께서는 앙천대소하시며 ‘사람들이 당신네 여인들이 총명하다고 하는 말이 정말이었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행자에게 황금 1돈을 주었다. 행자는 정말로 기뻐했다. 나는 뒤이어 사모님께 7돈을 공양하고 상사께 3냥을 공양했다. 또 상사께 말씀드렸다.
‘어머님은 제게 우박 폭풍을 원하십니다. 상사께 청하오니 제게 가장 비밀스런 강박법(降雹法)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상사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법강박법(降雹法) 배우고 싶다면 옹동다갑(雍同多甲) 상인(上人)에게 가서 구해야 한다!
그래서 상사께서는 편지와 약간의 토산물을 내게 주셨고 나는 다시 파통(波通)으로 갔다. 상사를 알현한 후, 황금 3냥을 공양드렸다. 그리고 또 편지와 토산물을 함께 공양드리며 강박법(降雹法)을 배워야 하는 경위에 대해 상세하게 말씀드렸다. 상사께서 물으셨다. ‘주술은 성공했느냐?’ 나는 ‘주술은 성공하여, 35명을 죽였습니다. 저는 또 강박법을 배우라는 어머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상사께서 전수해주시길 청합니다!’
상사께서 말씀하셨다. ‘좋다! 네 소원을 들어주마!’ 하시고는 강박법을 전수해주셨다. 나는 다시 연법당(練法堂)에 머물면서 7일 동안 수련했다. 7일째 되던 날, 산의 돌 틈에서 검은 구름이 나왔고, 번갯불이 번쩍였으며 천둥이 치고, 온 하늘에 큰 폭풍이 닥칠 것 같았다. 나는 내 능력으로 이미 우박과 폭풍을 다스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상사께서 오시어 물으셨다. ‘너는 지금 우박 폭풍을 내릴 수 있지만 네 고향의 보리가 얼마나 익었는지 모르겠구나?’ 나는 잠시 생각한 후에 말씀드렸다. ‘아마 산비둘기가 숨을 수 있을 만큼 자랐을 것입니다!’
또 십여 일이 지나자, 상사께서 와서 물으셨고 나는 ‘아마 작은 갈대 풀 만큼 자랐을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상사께서는 ‘음, 아직 조금 이르다!’라고 말씀하셨다.
다시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에 상사께서 또 다시 물어보셨다. 나는 ‘이삭이 팰 시기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상사께서는 ‘그럼, 우박 폭풍을 보내야겠구나!’라고 말씀하시면서 전에 내 고향에 가서 조사를 한 적이 있던 그 동학을 나와 함께 보내셨다. 우리는 짐을 꾸리고 탁발승처럼 꾸미고 출발했다.
그 해에, 고향의 보리는 매우 잘 자라 있었다. 많은 동네 노인들은 이렇게 좋은 작황은 본 적이 없다고들 했다. 마을 사람들은 각자 임의로 수확을 하지 않고, 모두 경축을 한 후에 수확을 하자고 약속했다. 나는 다시 하루 이틀을 기다려 마을 사람들이 보리를 수확할 때쯤, 마을 앞 시냇물 상류 쪽에 법단을 짓고 주술을 위한 갖가지 재료를 준비해서 술법을 행하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때 하늘에는 만리 창공에 구름 한 점 없었다. 나는 큰 소리로 호법신을 부르고, 마을 사람들이 우리 집을 학대한 사실을 말하며, 주먹으로 가슴을 치면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불가사의(不可思議)했다! 공중에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순식간에 커다란 먹장구름으로 변해, 번갯불이 번쩍이고 천둥이 치면서 삽시간에 큰 우박이 잇달아 내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내린 후, 마을 사람들은 수확을 앞둔 보리가 한 알도 남지 않은 것을 보았다. 산에서는 또 홍수가 발생해 보리를 모두 휩쓸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보리가 홍수와 함께 휩쓸려 가는 것을 보고, 대성통곡을 했다. 마지막에, 폭풍이 일어나 우리 두 사람은 추위를 느껴 북쪽의 산 동굴로 뛰어가 불을 지펴 온기를 취했다. 그때, 마을 사람들은 풍년을 경축하기 위해 주연을 마련하고 육식을 준비하면서, 한 무리 사람들을 보내 사냥을 하게 했다. 사냥을 나온 사람들이 마침 동굴 앞을 지나가면서 한 사람이 말했다.
‘흥! 문희가 이 마을에 해를 끼친 것 보다 더 처참한 경우는 없었어. 과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도 여전히 만족하지 않고, 현재 이렇게 좋은 보리들을 한 알도 남겨두지 않았잖아! 만약 그 녀석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그놈의 피를 모두 짜내고 산채로 쓸개를 끄집어낸다 해도, 내 분노를 풀 수는 없을거야.’
무리 중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한 노인이 말했다. ‘쉬! 쉬! 큰 소리 내지마! 소리를 낮춰서 이야기 해! 암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봐. 누가 안에 있는 것 같아!’ 한 젊은이가 말했다. ‘분명 문희일겁니다! 그 망할 자식이 아직 우리를 보지 못했어. 우리 빨리 사람들을 모아 그놈을 죽여 버립시다. 그렇지 않으면 그놈이 이 마을을 깨끗이 파괴할거예요!’라고 말하면서 모두들 서둘러 마을로 돌아갔다.
내 동료가 아래에서 어떤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대략 누군가 우리가 여기에 있음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자네는 먼저 돌아가게. 내가 너처럼 행세하며 저들과 한번 놀아줄 께!’ 우리는 4일 후 저녁에 전목(滇目)에 있는 객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물론, 나는 그가 얼마나 힘이 세고 용감한지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그를 그곳에 남겨 두었다.
그때 나는 어머님을 몹시 뵙고 싶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나를 해칠까 두려워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길을 돌아 영아(寧哦)를 향해 갔다. 불행히 길에서 들개에게 물렸는데 다리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걷다가 절뚝거리다가 하면서 예정대로 객사에 도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동료는 도대체 무슨 일을 했을까? 그날 내가 간 이후, 마을에서는 나를 죽이기 위해 큰 병력이 집합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병력을 향해 뛰어 들어갔고, 사람과 말이 잇달아 양쪽으로 흩어졌다. 그가 뛰어든 이후 마을 사람들은 다시 함께 집합하여 뒤를 쫓았다. 마을 사람들이 빠르게 추적하면, 그는 조금 빨리 달렸고, 조금 느리게 따라오면 그는 다시 여유 있게 천천히 걸었다. 마을 사람들이 돌멩이를 던졌을 때, 그는 더 커다란 돌을 던지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누구라도 나를 건드리기만 하면 주술을 사용해 죽여 버리겠다! 나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 너희는 두렵지 않으냐? 올해 이렇게 좋은 작황이 보리 하나 보이지 않는구나. 그래도 아직 충분하지 않으냐? 앞으로 우리 어머님과 여동생을 잘 대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마을 입구에 귀신 늪을 만들고 출구에 저주를 걸어 아직 죽지 않은 너희 구족을 몰살할 것이다! 이 마을이 몰살될 때까지 절대 중단하지 않겠다! 너희들이 그래도 두렵지 않단 말이냐?’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난 후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서로를 바라봤다. 이리저리 웅성대며 ‘말해 봐! 말해 봐!’라고 외치고는 하나씩 조용히 재빨리 돌아갔다.
그는 오히려 나보다 먼저 진목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주인에게 이러이러한 탁발승이 이곳에 오지 않았는지 물었다. 주인은 한참을 생각한 후 말했다.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그 탁발승은 지금 연회가 열리는 마을에 머무르고 있는데 부상을 당한 것 같습니다. 그릇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하나 빌려 드리지요.’라고 말하며 바닥이 회색이고 모양이 염라대왕 같은 그릇을 나의 동료에게 빌려주었다.
그는 그릇을 들고 연회에 가서 동냥을 했다. 그는 연회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내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와 말했다. ‘어제는 왜 오지 않았어?’ 나는 ‘며칠 전, 길에서 동냥을 하다가 들개에게 물려서 움직일 수 없었어. 지금은 조금 나아졌으니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함께 파통으로 돌아왔다. 상사를 알현하고 난 후 상사께서는 내게 말씀하셨다. ‘너희 둘은 대단한 일을 했다!’ 우리 두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상사께 말씀드렸다.
‘저희가 돌아오기 전에, 누가 상사께 말씀을 드렸습니까?’ 상사께서 말씀하셨다. ‘호법신 등장사(等將士)가 15일 보름에 내게 돌아와 알려주었다. 이번에 내가 그를 파견했다.’라고 하셨고, 우리는 모두 매우 즐거워했다.
이때 밀레르빠 존자는 제자들에게 위 이야기를 마친 후 제자들에게 말했다.
‘나는 이렇게 원수를 갚기 위해 흑업을 행했던 것이다!’
레충빠가 물었다. ‘스승님, 당신께서는 먼저 흑업을 지으신 후에 백업을 지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백업은 정법(正法)에만 있습니다. 존자여! 당신께서는 도대체 무슨 인연으로 정법을 얻으실 수 있었습니까?’
존자가 대답했다. ‘나는 주술과 우박 폭풍을 일으킨 죄악에 대해 점차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났고, 정법(正法)을 수련하겠다는 신념이 날마다 더 강해졌다. 늘 낮에는 밥을 먹을 수 없었고, 밤에는 잠을 잘 수 없었으며, 걸으면 앉고 쉽고, 앉으면 걷고 싶었다. 내가 저지른 죄악에 대해 매우 후회했고, 이 때문에 염세적인 마음이 솟구쳤다. 그래서 감히 정법을 수련하겠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늘 ‘스승이 계시는 이 곳에서 정법을 수련할 기회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좋을까?’ 생각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괴로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 원래 상사께는 아주 훌륭한 단월[檀越이란 시주(施主)를 말한다]이 있었는데 재산이 풍족하고, 상사에 대한 믿음이 아주 좋았으며, 스승을 공경하고 섬기는데 전력을 다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갑자기 중병이 들어 상사께서 자신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기대하여 자기 집으로 초청했다.
3일 후에, 상사께서 창백한 얼굴로 쓴 웃음을 지으며 돌아오셨다. 나는 스승께 여쭤보았다. ‘사부님! 안색이 왜 이리 안 좋으십니까? 왜 늘 이렇게 쓴 웃음을 지으시나요?’
상사께서 말씀하셨다. ‘세간의 모든 것은 무상(無常)하구나. 어제 저녁, 나의 가장 훌륭하고 가장 믿음 좋은 시주가 죽었다. 그래서 아! 이 세상에 서글픈 마음이 생기는구나! 이 늙은이는 젊을 때부터 백발이 성성해질 때까지 계속 주술, 주법, 강박법 세 가지 작업을 했다. 너는 비록 어리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주술과 강박법이란 커다란 죄악을 범했다. 이 빚은 아마도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나는 마음속에 의문이 생겨 곧 상사께 질문드렸다. ‘우리가 죽인 생명들, 상사께서는 설마 그들을 도솔천[兜率天이란 미륵보살의 거처하는 정토(淨土)를 말하는데, 티베트에는 미륵 정토를 수련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에 환생하게 하거나 혹은 해탈시킬 수 없단 말씀입니까?
상사께서는 ‘중생의 자성(自性)이 바로 법성(法性)이다. 이치상 원래 그들을 도솔천에 살게 하고 해탈하게 하는 설법이 있으며, 이러한 의궤수련법[儀軌修法]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단지 해탈 문구(文句)일뿐이지, 사실상 정말로 그들을 해탈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부터 나는 나와 타인에게 모두 유익한 정법을 수련할 것이다. 네가 와서 내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겠다. 이후 나는 너를 도솔천과 해탈의 길로 인도하겠다. 아니면 네가 정법을 수련하여 도솔천과 해탈의 인도자가 되거라. 네가 정법을 구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내가 공급해주겠다.’
아! 당시 나는 이 말씀을 듣고 얼마나 기뻤던가! 내가 밤낮으로 바라던 일이 드디어 실현되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서둘러 상사께 ‘저는 정법을 수련하길 원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상사께서는 ‘네 나이가 젊고, 정진하는 마음과 신념 또한 강하니 한마음 한뜻으로 정법을 수련하거라!’라고 하셨다.
상사께서는 서둘러 나를 대신해 짐을 꾸리고, 영아(寧哦)에서 생산된 모포와 장편(藏片)을 말에 싣고, 말과 함께 내게 주셨다. 그리고는 ‘찰융나(察絨那) 지방에 가면 옹등(雍登) 라마 존자가 계시는데 이 노인은 정법(正法) 대원만[大圓滿- 홍교(紅敎)에서 전하는 무상심지법문(無上心地法門)이다.] 교수이자 성취를 이룬 상인(上人)으로, 그곳에 가서 정법을 수련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알려주셨다.
나는 상사와 사모님께 작별을 고하고 찰융나에 가서 옹등 상인의 부인과 몇몇 제자를 만났다. 그들은 나에게 ‘이곳이 옹등 라마의 본묘(本廟)이긴 하지만, 상인께서는 현재 영탁야롱(寧拓惹弄)에 있는 분묘(分廟)에 계십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들에게 ‘저는 옹동다갑 라마께서 보낸 사람으로, 저를 인솔해줄 사람을 보내 주신다면 그분을 뵈러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는 내 내력을 상세히 설명했다. 상인의 부인은 한 라마를 보내 나를 인솔하게 했고 나는 영탁야롱에 가서 상인을 만나뵈었다. 나는 모포와 장편을 함께 바치며 말씀드렸다.
‘저는 상방(上方)에서 왔으며 커다란 죄악을 저질렀습니다. 청컨대 자비를 베푸시어 제게 금생에서 윤회를 해탈할 수 있는 법문을 전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인(上人)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성취한 대법(大法)은 근(根)은 본성이 수승(殊勝)하며, 도(道)는 수승을 획득할 수 있고, 과(果)는 수승을 사용한다. 낮에 사유하면 낮에 성취하고 밤에 사유하면 밤에 성취한다. 근기(根基)가 좋고 전생에 선근(善根)이 있는 사람은 사유할 필요도 없이 법을 들으면 바로 해탈할 수 있다. 내 너에게 이 법을 전해주겠다!’
이에 상사께서 내게 관정[灌頂― 밀승에서 법을 전하는 것(密乘傳法)이 바로 관정이다.]을 해주셨고 또 구결을 전수해주셨다. 그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전에 내가 주술을 연마할 때는, 단지 14일 만에 효과가 있었고, 강박법은 겨우 7일 만에 성취하였다. 지금 상사께서 내게 전수하신 것은 주술이나 강박법에 비해 쉬운 법으로, 낮에 사유(思維)하면 낮에 성취하고, 밤에 사유하면 밤에 성취하며, 전생에 선을 많이 쌓은 사람은 법을 듣자마자 바로 성불하며,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내가 이 대법을 만날 수 있다면, 자연히 선근이 있는 사람이다. 아만(我慢)이 생겼기 때문에 사유하고 닦지 못하여 사람과 법이 서로 분리된 것이다.’
이렇게 며칠이 지난 후, 어느 날, 상인께서 나를 보러와 말씀하시길 ‘너는 네가 상방(上方)에서 온 큰 죄인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틀림없다. 내 법은 약간 과장되었으니 나는 너를 인도할 수 없다. 너는 지금 즉시 라백래극(羅白來克)에 있는 찰융(紮絨) 지방으로 가서 인도의 대 행자이신 나로파(那諾巴)의 친전제자이자, 지존역경(至尊譯經) 대사이신 마르파(馬爾巴) 존자께 가거라. 그는 신파(新派) 밀종의 행자로, 세 가지 분별없는 대성취를 이룬 분이다. 그는 너와 전생에 인연이 있으니 네가 그리로 가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셨다.
나는 경전을 번역하신 마르파 역사(譯師)란 이름을 듣고,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환희를 느꼈다. 온 몸의 솜털이 곤두서고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져나왔다. 무량한 환희와 경건함 그리고 비할 바 없는 믿음이 생겼다.
나는 여행 식량과 상사의 소개 편지를 가지고 길을 떠났다. 가는 길에 늘 생각한 것은 곧 상사를 만나뵐 수 있기만을 간절히 원했다.
내가 찰융에 도착하기 전날 밤, 마르파 상사는 꿈을 꾸었다. 꿈에 대선교자(大善巧者) 나로파(那諾巴) 상사께서 내려와 관정을 해주셨는데, 나로파 존자는 마르파 상사에게 유리로 만든 5갈래 금강저(金剛杵)를 주셨다. 금강저의 뾰족한 끝에는 약간의 먼지가 묻어 있었고, 이외에 감로가 가득 담긴 황금 병을 주시면서 말씀하시길, ‘너는 이 병 안의 물로 금강저에 묻은 먼지와 때를 말끔히 씻어라. 금강저를 큰 당(幢)에 높이 걸어두면, 위로는 제불(諸佛)이 기뻐하실 것이며, 아래로는 중생들이 이익을 얻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사업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마치고 사라졌다.
마르파 상사는 존자의 말씀을 따라 병 안의 감로로 금강저를 깨끗이 씻고, 금강저를 큰 당 위에 놓았다. 금강저는 갑자기 큰 광명(光明)을 발하면서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두루 비쳤다. 광명은 육도(六道) 중생의 몸을 비춰 모든 고통과 비애를 사라지게 했다. 중생들은 즐거워하면서 열렬하게 마르파 상사와 큰 당에 정례(頂禮)를 올렸다. 갠지스 강의 모래와도 같이 무량한 제불(諸佛)들이 이 큰 당을 개광(開光)을 하셨다. [개광(開光)이란 티베트 불교의 일반 풍속에 따라 말한다면, 개광을 하는 즉시 제불(諸佛)이 직접 강림하여 가지(加持)하고 축복한다.]
상사가 아침에 깨어난 후,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간밤에 꾼 꿈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사모님이 황급히 달려와 말씀하셨다. ‘상사여! 어제 밤에 꿈을 꿨는데, 꿈에 북방 오금찰토(烏金剎土)에서 두 젊은 미녀가 왔습니다. 손에 유리로 된 보탑을 받치고 있었는데, 위에 약간 먼지가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내게 ‘이것은 나로파 상사의 뜻이니, 이 탑을 개광한 후에 산정(山頂)에 놓아라!’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기왕 나로파 상사께서 나더러 개광하게 하셨다면, 나는 물론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물로 보탑을 깨끗이 씻고 개광한 후 보탑을 산정에 놓자, 보탑이 갑자기 일월(日月)과도 같은 무량한 광명을 내뿜었고, 광명 가운데 또 무량한 보탑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이런 꿈을 꿨는데, 상사시여, 당신께선 이 꿈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상사께서는 사모님의 이 꿈 이야기를 들으신 후, 사모님의 꿈과 자신이 꾼 꿈이 완전히 일치함을 알고 속으로는 매우 기뻤지만 겉으로는 오히려 정색을 하면서 말씀하셨다. ‘꿈이란 모두 환상으로 진실이 아니니, 나 역시 당신의 꿈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오.’ 이어서 또 말씀하시길, ‘오늘 나는 밭에 가서 씨를 뿌릴 터이니 준비를 해 주시오!’
사모님께서는 ‘당신과 같은 대 상사(上師)께서 이런 일을 하시다니, 다른 사람이 우리를 비웃을 거예요! 가지 않으시는 게 좋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상사께서는 이 말을 듣지 않고, 다시 분부하셨다. ‘나에게 술 한 병을 주시오. 나는 오늘 올 젊은 손님을 접대할 것이오!’
상사는 술을 가지고, 도구를 챙겨 밭으로 나갔다.
마르파 상사께서 밭에 도착한 후 먼저 술병을 땅 밑에 묻고는 모자로 덮었다. 한참 호미로 땅을 고른 후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 술을 마시고 계셨다.
그때, 나는 라찰오곡[羅紮烏谷, 라찰오곡이란 라백래극찰융(羅白來克紮絨)의 줄임말이다.] 근처에 다 도착하여, 길에서 사방 사람들에게 지존(至尊) 마르파 대역사(大譯師)께서 사시는 곳을 묻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지존 마르파 역사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라찰오곡이 보이는 사거리에 도착했을 때, 한 사람을 만났다. 나는 또 그에게 물었다. 그는 ‘마르파라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지존 마르파 역사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소!’라고 대답했다.
내가 ‘그럼, 라찰오곡은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하자, 그는 맞은편 산골짜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라찰오곡은 그다지 멀지 않소, 바로 맞은 편 저 지역이라오!’
‘그곳에는 누가 살고 있습니까?’ ‘마르파가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 ‘그에게 다른 이름은 없습니까?’ ‘어떤 사람은 그를 마르파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은 그를 마르파 상사라고 부릅니다!’
이에 나는 그분이 바로 내가 서둘러 뵙고자 하는 마르파 상사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또 그에게 물었다. ‘이 산비탈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이 곳을 법광파(法廣坡)라고 합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법광파에서 상사께서 거처하시는 곳을 본 것을 생각하며, 인연이 매우 깊다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 너무 기뻐 걸어 올라가면서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조금 못 가서, 한 무리 양을 방목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다시 그들에게 마르파 역사께서 어디에 사시는지 물었다. 한 노인이 모른다고 말했다. 그 중에 예쁘고 귀여운 한 아이가 있었는데, 옷차림이 매우 좋고 말솜씨도 좋았다.
그 아이는 내게 ‘아! 아마 우리 아버님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아버님은 가산을 모두 팔아 금으로 바꿔서 인도로 가져갔습니다. 돌아올 때는 두꺼운 많은 경서를 가져오셨어요. 아버님은 내내 농사를 짓지 않으시는데, 오늘은 무슨 까닭인지 저쪽 밭에 가서 밭일을 하기 시작하셨어요!’
나는 마음속으로 크게 잘못되지는 않았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또 다시 의혹이 생겨 어떻게 대역사께서 직접 밭일을 하실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걸어가는데 갑자기 길 옆에 있는 밭에서 체구가 크고 훤칠한 한 라마를 보았다. 쌍꺼풀 진 커다란 두 눈에 눈빛이 형형한 그 라마는 그곳에서 김을 매고 있었다. 나는 그분을 보고,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불가사의한 즐거움과 열정 가운데 현세의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한참 후에야 비로소 깨어나 라마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
‘인도 나로파 대사님의 제자이신 마르타 역사님께서 이곳에 사시는지요?’
라마는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랫동안 자세히 살펴본 후 말했다.
‘당신은 누구요? 그를 찾아서 뭘 하려고?’
나는 말했다. ‘저는 후장상방(後藏上方)의 큰 죄인입니다. 마르파님의 명성이 대단해서 그분께 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라마가 말했다. ‘잠시 후에 내가 데려다 줄 터이니 빨리 와서 나 대신 김 좀 매주시오!’
이렇게 말하면서 모자를 치우고, 땅 밑에 묻어 두었던 술병을 꺼내 술 맛을 보는데 마치 아주 맛있는 것 같았다. 술 맛을 보고 난 후 그는 술병을 놓고 가버렸다.
그가 가고 난 후, 나는 술병을 들고 쪼르륵 술을 다 마셔버렸다. 곧, 나는 김을 맸다. 얼마 안 있어 방금 양 떼를 방목하는 사람들 가운데 매우 예쁘고 총명한 꼬마 아이가 뛰어와서 나에게 말했다. ‘여보세요! 상사께서 당신을 들어오라고 하세요!’ 나는 말했다. ‘먼저 이 밭의 김을 다 매고 난 후 다시 갈게. 방금 그 사람이 나를 도와 상사께 말씀을 전하러 가셨어. 나는 반드시 그를 대신해 밭의 김을 다 매야해. 너는 먼저 가서 내가 곧 간다고 말씀드려라!’ 나는 단숨에 밭의 김을 다 맸다. 이후 이 밭은 순연전(順緣田)이라고 불렸다.
밭을 갈고 나자, 어린 아이가 나를 데리고 가서 상사를 뵙게 했다. 방금 내가 만났던 그 뚱뚱하고 건장한 라마가 세 층 두꺼운 방석이 깔린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리 위에는 금우성(金牛星)과 대붕조(大鵬鳥)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는 막 세수를 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마치 그의 속눈썹에 약간의 먼지를 본 것 같았다. 그의 뚱뚱한 몸은 그 곳에 앉아 있었고, 배는 불룩 나와 있었다. 나는 이 분은 바로 방금 밭일을 하던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마르파 상사님은 어디에 계실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자, 상사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이 녀석이 정말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내가 바로 마르파니라, 인사를 올리거라.’
나는 공경 정례를 올리며 말씀드렸다. ‘저는 장지(藏地)에서 온 악업을 초래한 대 죄인입니다. 저는 신구의(身口意)를 상사께 공양드립니다. 청컨대 제게 의식(衣食)과 정법(正法)을 주시길 바라며, 자비를 베푸시어 ‘즉신성불(即身成佛)’의 법문을 주십시오.’
상사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큰 죄인인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죄업(罪業)은 내게 임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또한 나는 네게 업을 지으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너는 도대체 무슨 업을 지었느냐?’
나는 과거의 일을 상세히 말씀드렸다.
상사께서는 ‘어! 그렇구나! 신구의를 모두 상사에게 공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네게 의식(衣食)을 주고 또 법문을 전수할 수는 없다! 만약 네게 의식을 제공한다면 법은 다른 곳에 가서 배워야하고 만약 네게 법을 전수한다면 의식은 다른 곳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중에서 하나만을 줄 수 있다. 너는 잘 선택하거라. 또한 내가 네게 전수하는 법은 반드시 금생에 성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것은 완전히 너 자신의 정진에 달린 것이다!’
나는 말씀드렸다. ‘제가 상사를 찾아온 이유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의식은 제가 따로 방법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나는 경서 한 권을 들고 불당으로 갔다. 상사께서 이 광경을 보시고는 말씀하시길, ‘네 책은 외부에서 가져온 것이니 내 호법신이 네 사악한 책 기운을 맡고 재채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상사께서는 아마 내 책 안에 주술과 주법이 있음을 이미 알고 계시는 거로구나.’라고 여겼다.
상사께서는 내게 거처할 방을 하나 주셨다. 내가 4-5일간 머무르며, 물건을 담는 가죽 부대를 만들었다. 사모님께서는 또한 많은 맛있는 음식을 주시며 아주 잘 대해주셨다.
사부님을 공양하기 위해서, 나는 라찰오곡 도처로 동냥을 다니며, 21되의 보리를 빌어 왔다. 14되의 보리로는 파손되거나 녹이 슬지 않은 사각형의 커다란 구리 등(燈)을 사고, 1되의 보리로는 고기와 술을 샀다. 나머지 보리는 내가 만든 가죽 자루에 담았다. 다시 커다란 구리 등을 부대 위에 묶고, 등에 지고 돌아 왔다. 스승님 댁 앞까지 등에 지고 왔을 때, 내 몸은 이미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다. 꽈당 하는 소리와 함께 물건을 등에서 내려 놓았다. 자루에 가득한 보리는 매우 무거워서 집을 흔들었다.
상사께서 막 진지를 드시다가 바로 나와서는 나를 보시며 말씀하시길. ‘이 녀석은 힘이 정말로 좋구나! 어이! 내 집을 뒤집어 나를 죽게 할 셈이냐! 뻔뻔한 놈! 빨리 자루를 가지로 나가거라!’ 라고 하시면서 발로 나를 걷어찼다. 나는 보리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이 상사께서는 정말로 만만치 않구나! 앞으로는 항상 신중하게 시중을 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자그마한 불만이나 삿된 생각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상사께 정례를 드리며, 내가 사온 커다란 구리 등을 공양했다. 상사께서는 손에 구리 등을 드시고는 눈을 감고 한참을 묵묵히 생각하시더니 눈물을 흘리셨다. 그 분은 매우 기뻐하셨고 감동하시어 말씀하시길 ‘연기(缘起)가 너무 좋구나!’이는 대범(大梵)학자이신 나로파 상사께 공양드리자.’ 상사께서는 결인(結印)을 하여 공양하신 후 막대기로 구리 등을 치자 등에서 쨍강쨍강 소리를 냈다. 상사께서 구리 등을 불당으로 가지고 가 등 안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등의 심지를 만든 후 불을 붙였다.
나는 매우 조급하여 서둘러 법을 구하고 싶은 생각에 상사 앞으로 달려가 청하여 말씀드리길, ‘상사께 청하옵건대 제게 대법(大法)과 구결을 전수해 주십시오!’
상사는 말씀하시길 ‘위장(衛藏)에서 나에게 법을 배우러 온 도제(徒弟)와 신사(信士)들은 아주 많다. 그러나 촉대(蜀大)와 영파(令巴) 지방의 사람들은 소란을 피우며 자주 그들을 약탈하여, 그들이 내게 음식물과 공양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지금 나는 네게 이 두 지역에 우박 폭풍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너에게 법을 전수해주겠다!’
법을 구하기 위해, 나는 또 다시 우박폭풍술을 사용했고 과연 성공적이었다. 나는 다시 상사께 돌아가 법을 구했다.
상사께서는 ‘너는 단지 두 세 개의 우박을 떨어뜨렸다. 정말로 내가 인도 고행에서 얻은 정법을 구하고 싶은게냐? 만약 정말로 법을 구한다면, 내 너에게 알려주겠다. 잡와(卡哇) 지방 사람들이 내 제자를 때린 적이 있고 늘 나와 맞선다. 네가 정말로 대단한 주법(誅法)을 가지고 있다면 주술을 걸어 그들을 저주 하거라. 성공한 이후에 나는 나로파 스승이 전수해주신 즉신성불(即身成佛)의 법을 네게 전수해주겠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주술을 걸었다. 얼마 후 잡와 지역에는 과연 내란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우리와 대립하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상사께서는 내 주술이 정말로 영험한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너의 주법이 대단하며, 주문의 힘이 매우 크다고 하던데, 정말로 거짓이 아니구나!’ 이 때부터 상사께서는 나를 ‘대력(大力)’이라고 불렀다.
나는 다시 한번 상사께 정법을 전수해 주실 것을 요청 드렸다. 그러나 뜻 밖에도 크게 웃으시면서 ‘하! 하! 하! 네가 이렇게 큰 죄를 지었는데, 아직도 내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인도에 가서 황금으로 상사께 공양해 얻은 구결과 공행모(空行母)의 심요(心要)를 쉽게 너에게 줄 것이라 생각하느냐? 웃자고 한 일인데 아무래도 너무 지나쳤구나. 다시 말해서, 주법(誅法)에 능한 너 같은 놈은 만약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벌써 죽였을 것이다. 좋다! 네가 만약 촉대, 영파의 수확을 회복시키고, 잡와의 죽은 사람들을 살려낸다면 네게 법을 전수해 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머무를 수 없다.’
이렇게 나를 호되게 꾸짖으셨다. 나는 이미 실망이 극에 달하여, 대성통곡을 했다. 사모님께서 나를 보시고는 가련히 여기시어 달려와 위로해주셨다.
다음날 아침, 상사께서 내가 있는 곳에 와서 말씀하시길, ‘어제, 내가 네게 한 말은 조금 지나쳤구나! 화 내지 말거라! 네 신체가 튼튼하니, 내 너에게 경서를 보관할 돌집을 짓게 하려 한다. 이 돌집이 다 완성되면, 너에게 법을 전수해 주고 네게 필요한 의복과 음식물도 내가 공급해주겠다!’
나는 ‘만약 제가 집을 짓다가 법을 얻지 못하고 죽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네가 이 기간에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마! 용기 없는 사람은 법을 닦을 수 없다. 하지만 너는 의지력이 있고 정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즉생성불(即生成佛)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전적으로 너 자신의 정진이 어떠한 가에 달려있다. 우리 교파(敎派)에서는 다른 사람과 다르며 공유할 수 없는 가지력(加持力)을 가지고 있다.’ 라며 환한 얼굴로 친근하게 내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되자, 나는 매우 기뻐졌다. 즉시 상사께 건물의 도안을 달라고 요청 드렸다. 상사께서는 ‘이 건물은 지세가 험한 산 위에 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예전에 사람들이 위에 건물을 짓는 것을 불허한다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다행인 것은 당시에 나는 증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의 구속을 받을 필요는 없다. 나는 동쪽 산봉우리에 원형 건물을 지을 생각이며, 너 역시 이로써 너의 업장을 없애도록 하여라!’라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상사의 명령을 받들어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대략 건물이 절반쯤 지어졌을 때, 상사께서 오시어 나에게 말씀하시길, ‘얼마 전에 내가 적당하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이 곳은 썩 좋지 않구나. 너는 지금 돌과 재료를 원 위치로 운반 하거라!’ 나는 할 수 없이 돌과 목재를 산 위에서 산 아래로 하나씩 지고 내려갔다.
상사께서는 다시 나를 서쪽 산봉우리로 데려가서는, 반달 모양의 상의를 여러 겹으로 접어 바닥에 놓으시며 말씀하셨다. ‘너는 이 모양대로 나를 대신하여 건물을 지어라!’ 이번에는 정말로 힘들게 혼자서 건물을 지었다. 모든 재료는 전부 나 자신이 몇 리 떨어진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까지 지고 왔다. 그야말로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절반 정도 지었을 때, 상사께서 또 와서 말씀하셨다. ‘이 건물은 보기에 그리 좋지 못한 것 같구나. 건물을 헐어버리고, 목재, 돌, 자재는 원래 장소에 갖다 두어라!’ 나는 상사의 말씀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고 건물을 하나하나씩 헐어버렸다!
상사께서는 다시 나를 북쪽 산봉우리로 데려가시어 말씀하셨다. ‘대력아! 요 며칠 내가 술에 취해서 분명히 말하지 못했구나. 지금 이곳에다 나에게 건물 한 채를 지어다오.’
나는 말씀드렸다. ‘짓고 나면 또 헐어버려 저는 헛고생을 했고 사부님께서도 돈을 낭비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제발 잘 생각하시고 말씀해 주십시오.’
‘오늘은 내가 술에 취하지 않았고, 이미 충분히 생각했다. 진언행자(真言行者)의 집은 삼각형이 필요하니, 너는 삼각형 집을 짓거라! 이번에는 물론 더 이상 헐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삼각형 집을 짓기 시작했다. 3분의 1가량 지었을 때, 상사께서 또 오시어 말씀하시길 ‘대력아! 네가 지금 짓고 있는 집은 누가 짓게 한 것이냐?’라고 물으셨다.
나는 마음이 조급해져서 바로 말씀드리길 ‘이것은 스승님께서 직접 분부하신 것입니다!’ 라고 했다.
상사께서는 머리를 긁적이시며 말씀하시길 ‘음! 나는 왜 생각이 나지 않지! 네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그럼 내가 미쳤단 말이냐?’
‘당시 제가 이런 일이 발생할까 봐 우려되어 어르신께 심사숙고하시길 청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이미 충분히 생각하셨다고 말씀하셨고 절대로 부수지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분명히 기억하시잖습니까!’ 나는 서둘러 말씀드렸다.
‘흥! 그때 증인이라도 있었느냐? 이렇게 풍수가 좋지 않은 지역에 삼각형의 집을 짓는다면, 주법을 닦는 단성(壇城)과 같은데 네 녀석이 나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냐? 나는 네 물건을 빼앗지 않았고, 네 놈의 재산도 빼앗지 않았다1 네가 만약 나를 해칠 생각이 아니고, 정말로 법을 구한다면 내 말대로 빨리 이 건물을 부수고 목재와 석재를 산 아래로 옮겨라!’
돌을 등에 지고, 힘든 노동을 너무나 오래 했기 때문에 그리고 매번 빨리 좋은 집을 지어야 법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을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에 너무나 지독했다. 그때, 내 등은 살이 닳아 여러 개의 구멍이 생기고 흉터가 생겼으며 흉터가 다시 닳고 난 후 다시 흉터가 생겨 그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원래 상사께 보여드릴 생각이었지만 야단을 맞는 것 외에는 결코 다른 결과가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만약 사모님께 보여드린다면, 마치 일부러 괴로움을 하소연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모님께조차도 알리지 않았다. 단지 사모님께 도움을 청해 법을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모님께서는 바로 상사에게 가시어 ‘이렇게 무의미하게 집을 짓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저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대력이 얼마나 가련한지 보세요, 죽도록 고생하고 있잖아요! 빨리 그에게 법을 전수해 주세요!’
마르파 스승님은 ‘당신은 일단 내가 먹을 좋은 음식을 만들고, 다시 대력을 불러 오도록 하시오!’라고 하셨다. 사모님께서는 좋은 음식을 준비하여, 나와 함께 상사께 갔다. 상사께서는 내게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니 그리 노여워 말거라. 네가 법을 구한다면 네게 전수해주겠다!’라고 말씀하신 후 일반적인 현교(顯教)의 삼귀(三皈)와 오계(五戒)를 내게 전수했다.
스승님은 ‘현재 전수한 것은 다만 보통의 법요(法要)일 뿐이다. 만약 불공[不共- 불공이란 현교 밀종에서 통용되는 전문 술어 밀승(密乘)에서 특히 많이 사용한다. 뜻은 특별한 것, 초월한 것, 다른 사람에게는 없다는 것이다.]의 비밀 구결을 구한다면 마땅히 어떠어떠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나로파 상사께서 고행하신 전기를 내게 들려주셨다.
또 말씀하시기를 ‘이런 고행은 네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나는 나로파 스승의 고행 전기를 들은 후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고,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마음속으로 맹세하기를 ‘상사의 일체 말씀에 모두 복종하겠다. 나는 모든 고행을 극복할 것이다.’라고 했다.
며칠이 지나, 나는 스승님과 함께 산보를 나갔고 다시 족인(族人)들이 건축을 금지했다는 험준한 곳으로 갔다. 상사께서 말씀하시길 ‘여기에 사각형의 건물을 9층으로 지어라. 위에 다시 창고를 지어, 총 10층을 지어라. 이번에는 절대로 허물지 않을 것이다. 건물을 잘 지으면, 네게 구결을 전수할 것이고, 법을 수련하는데 필요한 식량도 공급하겠다!’
나는 한참을 생각한 후에 말씀드렸다. ‘그럼 사모님을 증인으로 삼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상사께서는 내 요구에 대해 ‘좋다!’고 하셨다.
스승님은 건축 도안을 그리셨고, 나는 사모님을 초청했다. 상사와 사모님 앞에서 3차례 정례를 드리고 나서 말씀드렸다.
‘상사께서 제게 집을 지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3번 짓고 3번 허물었습니다. 첫 번째는 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 번째는 사부님께서 술에 취하셨기 때문에 계획이 잘 되지 못해서였고, 세 번째는 사부님께서 저더러 미쳤다고 말씀하시면서 어떻게 삼각형의 집을 짓게 하느냐고 하셨습니다. 제가 설명을 마친 후에 어르신은 증인이 있는가를 물으시며 저를 크게 나무라셨습니다. 오늘 저는 사모님을 네 번째 집을 짓는데 증인으로 청합니다. 사모님께서 저를 대신해 증인이 되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모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반드시 네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상사시여! 제가 확실한 증인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이 집을 짓는 계획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렇게 높은 산에 돌멩이 하나, 목재 하나를 모두 산 아래에서 옮겨와야 합니다. 이 집이 언제 완성될지 모르겠네요! 사실 이곳에 집을 지을 필요가 없고, 만든 후에 허물 필요는 더욱 없습니다. 이 지역은 우리 것이 아니고, 족인(族人) 모두가 맹세 하여 이곳에 건물을 짓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한 곳입니다. 이후에 어쩌면 다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나는 ‘사모님, 어르신께서는 아마 당신의 말씀을 듣지 않으실 겁니다!’라고 말했다.
상사께서는 ‘당신이 증인을 하기로 했으며 증인 노릇만 하시구려. 쓸데없는 말참견하지 말고.’ 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이 사각형의 큰 성을 쌓기 시작했다. 내가 건물 기초를 닦을 때, 상사의 3대 제자인, 위지(衛地)의 아동거다(俄東去多), 다일(多日) 지방의 토통강태(吐通綱太), 찰융(擦绒) 지방의 맥통총파(麥通總波)가 재미 삼아 나를 도우며 매우 많은 커다란 돌을 운반해주었다. 나는 그들이 옮겨온 이 돌들을 주춧돌의 일부분으로 사용했다. 2층 건물을 지었을 때, 마르파 상사가 와서는 자세히 사방을 살피며 보다가 세 제자가 운반해온 돌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이 돌들은 어디서 난 것이냐?’
‘이…, 이것은 아동, 강태가 저를 도와 운반해 온 것들입니다.’
마르파는 ‘그들이 가져온 돌로 건물을 지을 수는 없다. 빨리 건물을 부수고 이 돌들을 옮기도록 해라!’
‘하지만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이미 맹세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절대로 이 건물을 부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맞다. 내가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내 제자들은 무상이차제(無上二次第)[‘이차제’란 즉 ‘생기(生起)’와 ‘원만(圓滿)’의 차제를 말하는데 무상밀종(無上密宗) 수련법의 근본이다.]를 닦은 요가 행자이므로, 그들을 네 일꾼으로 쓸 수 없다. 게다가 나는 모두 부수라고 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운반해 온 돌들을 원래 위치로 옮기라고만 말했을 뿐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꼭대기부터 기층을 부수고, 그 돌들을 산 위에서 지고 내려와 다시 산 아래 원래 장소로 옮겼다. 그러자 스승님은 또 ‘이제 너는 이 돌들을 다시 옮겨서 초석으로 삼을 수 있다!’라고 하셨다.
나는 물었다. ‘이 돌들을 치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스승님은 ‘내 말은 이 돌들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 옮겨야 하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 사람이 옮긴 돌을 나 혼자서 옮기자면 당연히 많은 시간과 힘이 들었다. 이후 내가 옮긴 그 돌들을 사람들은 ‘대력석(大力石)’이라고 불렀다.
내가 산꼭대기에서 집터를 정했을 때, 족인(族人) 사람들이 의논하여 말했다. ‘마르파가 금지된 지역에 건물을 짓고 있으니 우리가 가서 간섭하자!’ 한 사람이 말했다. ‘마르파는 미쳤어, 어디서 힘이 이렇게 센 청년이 왔는지 모르겠다. 마르파는 높은 산봉우리마다 건물을 짓게 하고 있다. 절반을 지으면, 다시 그에게 허물게 하고, 목재, 석재, 자재를 원래 장소로 옮기게 한다. 이번에도 아마 허물 것이다. 그가 허물지 않았을 때 우리가 다시 가서 간섭해도 늦지 않으니 기다렸다가 그가 허무는지 보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스승님은 결코 나에게 건물을 부수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건물을 지었고, 9층을 지을 때 허리에 흉과 구멍이 생겼다.
그때 족인들이 모여 다시 의논하며 말했다. ‘흥! 이번에는 부수지 않을 모양이군, 처음에 몇 번 부수더니, 원래 이 지역에 건물을 지을 생각이었어. 이번에는 우리가 그것을 부수자!’ 그리하여 사람과 말들을 모아 이 건물 벽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이미 알고 있던 상사께서 수많은 화신으로 변하여 성 안팎에는 이미 장수와 병사가 가득 깔려 있었다. 족인들은 크게 놀라 마르파가 어디서 이렇게 많은 장병을 청해 왔는지 몰랐다! 이 기적은 공격하는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어 모두들 감히 경거망동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고개를 숙여 예배하며 스승께 용서를 구했다. 이후 그들도 스승의 시주로 변했다.
그때 찰융의 맥통총파는 막 승낙금강[勝樂金剛, 생락금강이란 무상밀종의 주요 본존(本尊) 중 하나로 백교(白教)수련법의 주존(主尊)이다.]의 관정을 요청하였다. 사모님께서는 ‘이번에,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관정을 받아야 한다!’라고 하셨고 나 자신도 ‘이렇게 많은 건물을 지었다. 설사 돌멩이 하나, 흙 한줌, 물 한 통, 진흙 한 덩어리도 아무도 도와준 적이 없다. 이번에 상사께서는 분명 내게 관정을 내리실거야!’
관정을 할 때, 나는 상사께 예배를 드리고, 수법자(受法者)의 좌석에 앉았다. 상사께서는 ‘대력아1 관정의 공양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하셨다.
‘상사께서는 제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집을 짓고 난 후 제게 관정과 구결을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감히 법을 구합니다.’
마르파 스승은 말했다. ‘그러나 너는 대강 며칠 만에 작은 집을 지었을 뿐이다. 이것으로는 결코 내가 인도 고행에서 구한 관정과 구결을 얻을 수 없다. 공양이 있다면, 가져와라! 만약 없다면 밀승오의(密乘奧義)의 관정 자리에 앉지 말거라!’
말을 마치고, 탁탁! 내 두 볼을 때리시고는 내 머리를 잡고 문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가 노기충천하여 ‘꺼져라!’라고 말씀하셨다.
사모님께서 이 광경을 보고, 미안해하시며 달려와 나를 위로하며 말씀하셨다. ‘상사 노인은 항상 당신이 인도에서 구한 법요(法要)는 모든 중생들이 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평소에는 개가 앞을 지나가도, 상사께서는 개를 향해 방향을 바꿔 설법을 하셨다. 그러나 네게만은 늘 여의치 않는 것은, 나 역시 무슨 까닭인지 영문을 모르겠구나. 하지만 절대 삿된 견해를 가지지는 말거라!’
말할 수 없는 억울함과 절망, 비애가 교차하며, 나는 극도로 고통스러웠다. 밤에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차라리 자살을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상사께서 나를 보러 와서는 ‘대력아, 너는 잠시 건축을 중단하도록 하고, 먼저 나를 위해 성루(城樓)형의 큰 여관을 짓도록 하거라. 기둥이 12개 있어야 하고, 옆에도 객실이 있어야 한다. 다 지으면, 관정과 구결을 전수해주겠다.’
그래서 나는 다시 처음부터 기초를 닦고 여관을 짓기 시작했다. 사모님께서 자주 좋은 음식과 술을 가져다주었다. 동시에 늘 친절하게 나를 위로해주셨다.
큰 여관이 막 완성되려 할 때, 일다(日多) 지방의 착통강안이 밀집금강[密集金剛, 밀집금강이란 무상밀종의 주요 본존 중 하나이다.]의 대관정(大灌頂)을 청했다.
사모님께서는 ‘이번에 너는 어떻게 해서든 관정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게 버터와 모피 한 필 그리고 작은 놋쇠 쟁반을 주시면서 공양물로 삼으라고 하셨다. 나는 희망으로 가득 차서 기뻐하며 공양물을 가지고 불당의 법을 구하는 자리로 들어갔다.
상사께서 나를 바라보시며 ‘어째서 또 왔느냐? 관정할 공양은 있느냐?’ 나는 마음속으로 안정하고, 매우 자신 있게 말씀드렸다. ‘이 버터와, 모포, 놋쇠 쟁반을 상사께 공양물로 드립니다.’
‘하하! 네 말이 정말 묘하구나! 이 버터는 모(某) 시주가 내게 공양한 것이고, 모포는 모 시주가 공양한 것이다. 놋쇠 쟁반은 모 시주가 공양한 것이다. 정말로 묘하구나! 내 물건을 가져와서 나에게 공양을 하다니, 하늘 아래 이러한 이치가 있을까? 네 스스로 공양할 것이 있다면 가져오고 없다면 여기에 앉지 마라!’ 라고 말씀하시면서 몸을 일으켜 다시 내게 지독한 욕을 퍼부으며, 발로 차서 나를 불당에서 쫓아냈다.
당시 나는 차라리 땅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이것은 내가 주술을 걸어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우박폭풍으로 많은 수확을 훼손한 인과응보인가? 아마 상사께서는 아실 것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법기(法器)가 아니기 때문에 법을 전수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상사께서 자비가 부족하여 나에게 법을 전수하지 않으시는 것인가? 어찌됐든 이곳에 남아 법을 얻을 수 없다면 소용없다. 죄악으로 가득한 몸이 더 살아서는 무엇 하겠는가. 차라리 자살하는 것이 낫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사모님께서 공양할 음식물을 가져다주시며 애써 나를 위로하셨다.
나는 실망과 고통으로 사모님께서 가져다주신 음식물을 조금도 먹을 수 없었고, 꼬박 하룻밤을 울며 새웠다. 이튿날, 상사께서 다시 와서는 ‘지금 여관과 성은 거의 다 완성되어 간다. 준공이 되면 내 너에게 정법과 구결을 전수해주겠다.’
나는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여관을 다 완성했다. 그때 등에 또 다시 구멍이 생기고, 종기가 자랐다. 이 종기는 고름, 썩은 살과 함께 농혈(膿血)이 있었는데 썩어문드러져 마치 진흙 덩어리 같았다.
나는 사모님께 가서 요청드리기를 ‘지금 여관은 이미 다 지어졌지만 아마도 상사께서 또 다시 법을 전수하는 일을 잊을까 봐 걱정됩니다. 그래서 일부러 사모님을 청해 법을 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합니다!’라고 했다. 이때 등의 종기가 너무 심해서 얼굴에 매우 고통스러운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대력아! 어떻게 된 거냐! 병에 걸렸니?’ 사모님께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시며 물으셨다. 나는 옷을 벗어서 등의 종기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사모님께서 한번 보시고 나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바로 ‘내가 가서 상사께 알려주겠다!’라고 하시면서 즉시 총총히 달려가 말씀하셨다.
‘상사시여! 대력이 이렇게 건물을 짓다가, 손발이 모두 상했습니다. 피부도 갈라지고, 등에는 세 개의 커다란 등창이 생겼고 또 살이 닳아서 세 개의 구멍으로 변했습니다. 종기와 세 구멍에는 농혈이 가득합니다. 이전에 노새와 말이 물건을 너무 많이 지면 등에 종기가 생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람의 등에 종기가 생겼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그에게 법을 전수해 주십시오!’
상사께서는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지, 내가 10층 건물을 지으라고 했건만 지금 10층은 어디에 있소?’
‘저 여관은 10층보다 더 크잖아요?’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시오! 10층 건물을 다 지으면 그에게 법을 전수할 것이오!’
상사는 사모님께 경고하며 타일렀다. 갑자기 내 등의 종기를 생각하시고는 ‘참! 당신 방금 뭐라고 했지? 대력의 등에 온통 종기가 생겼다고?’
‘등이 온통 종기에요! 직접 가서 좀 보세요. 고름 피가 가득하고, 썩어서 끔찍해요. 누가 보더라도 참을 수 없을 거예요! 아이! 정말 불쌍해 죽겠어요!’
상사께서 바로 계단입구로 달려가서는 ‘대력아, 위로 올라와라!’라고 하셨다.
나는 생각했다. ‘아이구! 이번에는 틀림없겠구나! 분명히 법을 전수해 주실 거야!’ 재빨리 빠른 걸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상사는 ‘대력아! 네 등의 종기를 한 번 살펴보자!’
자세히 보시고 나서는 ‘지존(至尊) 나로파님의 12가지 큰 고행과 12가지 작은 고행은 너보다 훨씬 더 심했다! 그분께서는 크고 작은 갖가지 24가지 고행을 모두 견뎌내셨다. 나 역시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재산을 아끼지 않으며 나로파 상사님을 섬겼다. 네가 만약 정말로 법을 구하고 싶다면, 이렇게 일부러 꾸미지 말고, 대단한 것 인양 꾸미지 말아라. 빨리 가서 성을 다 지어라!’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생각해 보니, 상사의 말씀이 정말로 옳았다.
아울러 내 옷에 물건을 담는 주머니를 몇개 만들어 주셨고 또한 ‘말과 나귀는 등에 종기가 생기면 주머니로 물건을 싣는다. 내가 지금 너에게 주머니를 만들어 주었으니 흙과 돌을 담는데 사용하거라.’라고 하셨다.
나는 참지 못하고 여쭤보았다. ‘등에 종기가 생겼는데, 이 물건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상사께서는‘유용하다! 유용해! 주머니에 흙을 담으면 모래흙이 등 종기에 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나는 스승의 분부를 생각하고, 또 다시 고통을 참으며 7개 주머니의 모래를 산꼭대기로 운반했다.
상사는 내가 자신이 한 모든 말을 절대 엄수하여 받드는 것을 보고 또한 내가 백절불굴의 행하기 어려운 것도 행할 수 있는[難行能行] 대장부임을 아시고는 감동하며 찬탄하셨으며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몰래 수많은 눈물을 닦으셨다.
등에 난 종기는 날마다 자라났고 고통은 점점 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상사께 먼저 법을 전수해 주시거나 최소한 제가 휴식을 취해 종기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사모님이 내 말을 보고드렸다. 상사의 뜻은 여전히 집을 짓지 않으면 절대로 법을 전수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종기가 심해서 실제로 몸조리가 필요하다면 며칠간 휴식을 해도 좋다고 하셨다. 사모님 역시 내가 며칠간 몸조리를 하여, 종기가 나은 후 다시 일을 하도록 권유하셨다.
내가 상처를 치료하는 기간 동안, 사모님이 나에게 많은 좋은 음식과 자양 음식을 주었다. 게다가 항상 나를 위로해주셨다. 나는 잠시 법을 얻을 수 없다는 근심을 잊을 수 있었다.
이렇게 잠시 휴양을 하며 등창이 막 치유되려고 하던 날, 상사께서 또 나를 불렀다. 그러나 법을 전수하는 일은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내게 ‘대력아! 지금 바로 집을 지으러 가거라!’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원래 이미 일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모님이 나를 동정하여 상사께 법을 전수받을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셨다. 그래서 조용히 나와 상의하신 후 연극을 하기로 했다. 나는 상사께서 계신 곳에서 나온 후, 작은 목소리로 울면서 짐을 꾸리고 약간의 참파(糌巴, 티베트 인들의 일상 주요 식품으로 볶아서 익히는 보리 가루)를 가지고 떠나려는 시늉을 했다. 상사께서 보실 수 있는 곳에서 떠나려는 시늉을 하면, 사모님이 거짓으로 나를 붙잡는 모습을 하며, 나를 잡아당기며 ‘이번에 나는 반드시 상사께서 네게 법을 전수하도록 하겠다. 가지 말아라! 가면 안 된다!’라고.
한참 후, 우리 두 사람의 연극이 상사의 주의를 끌었다. 상사는 사모님께게 ‘달미마(達媚瑪)! 둘이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요?’라고 하셨다.
사모님은 이 말씀을 듣고, 기회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이 대력 제자가 멀리서 스승이 있는 곳에 법을 구하러 왔지만, 유일하게 정법을 배우지 못하고, 오히려 맞거나 욕을 당하고 소나 말처럼 힘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는 법을 구하지 못하고 죽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 상사를 찾고자 합니다. 나는 비록 그가 분명 법을 얻을 수 있다고 보장했지만 여전히 떠날 태세입니다.’
상사가 듣고 나서 노기충천하여 방안에 들어가 가죽 채찍을 가지고 뛰어와서는 나를 마구 때리면서 말씀하셨다. ‘이 비열한 놈아! 처음에 네놈이 왔을 때, 신구의(身口意)를 모두 공양한다고 해놓고, 지금 어디로 가겠다는 거냐? 내가 즐거웠다면, 네 신구의(身口意)를 갈갈이 찢어놓았을 것이다. 이것은 네가 나에게 준 것이다. 그러므로 내게는 권리가 있다. 가죽 채찍을 사정없이 가하여 나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상사는 또 참파를 빼앗아갔다. 그때 나는 정말로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것이 사모님과 의논한 거짓 술책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해도 스승님의 위력(威力)을 막을 수는 없었고 나는 단지ㅣ 방으로 뛰어 들어가 통곡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모님 역시 탄식하시며 말씀하셨다. “아! 지금은 상사와 옥신각신 다퉜기 때문에 법을 전수하시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방법을 생각해서 내 너에게 반드시 법을 전수하도록 하겠다! 나에게는 이미 ‘금강해모[金剛亥母, 금강해모란 밀종 본존 중의 하나로, 반야바라밀경 자성(自性)의 불모(佛母)를 나타낸다]’ 수련법이 있는데 너에게 전수해주마!” 나는 이 수련법에 의해 비록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매우 위안이 되고 평화로워졌다. 나는 사모님께서 내게 너무 잘해주신다고 생각하며, 항상 사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상사와 사모님 때문에, 나의 죄업을 이미 많이 씻었기 때문에 계속 남아있기로 결정했다. 여름에는, 사모님을 도와 우유를 짜고 낟알을 볶았다. 어떤 때는 나도 확실히 다른 상사를 찾아가볼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니, 즉생성불의 요어는 이 상사께만 있었다. 금생에 성불하지 못한다면, 내가 저지른 이렇게 많은 죄업을 어떻게 해탈할 수 있겠는가? 법을 구하기 위해, 나는 나로파 존자와 같은 고행을 하기로 했다. 어쨌든 방법을 생각하여 이 상사를 기쁘게 해드린다면 그분의 구결을 얻어 금생에 과위를 증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심전념으로 돌을 지고, 목재를 운반하며, 큰 여관 옆에 객실인 수정실(修定室)을 지었다.
(다음 편에 계속)
원문발표 : 2000년 12월 24일
문장분류 : 수련교류
원문위치 : https://www.minghui.org/mh/articles/2000/12/24/5800.html
원문발표 : 2000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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